안녕하세요, 아티투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을 담당했던 민요한입니다.

저는 비전공자입니다.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었는데, 사실 허수도 많았을 것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당시 아티투의 팀메이트들은 저를 제외한 전원 서울대 출신 또는 재학중인 상태였습니다.

합격 후에 면접을 봤던 팀메이트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던 이유들을 포함하여 스타트업 생활을 하며 보고 겪은 것들에 대해 회고하고자 합니다.

회사가 망했어요.

첫 회사였던 쏘쏘마켓은 '이웃스토리'라는 제주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저는 새롭게 추가될 유료 구독 관련(지금 생각하면 SaaS형태의)서비스의 페이지 및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리액트 네이티브는 덤)
여러 악재들이 겹쳐 결국 입사 4개월 만인 23년 10월 30일에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왜 아티투?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서류 착오로 면접 하루전에 면접 기회가 박탈되거나,

서류 합격 이후 연락이 없어 연락을 드렸더니 내부 사정으로 채용 취소가 되었다거나 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자존감이 조금 낮아졌었습니다.
지금에야, '더 좋은 곳에서 더 성장해서 더 멋진 개발을 해야지,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나쁜 일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지금이나 그 때나 같습니다.


1. 실제로 이용자가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가
2. 내가 얼만큼 성장할 수 있는가
3. 나는 얼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
4. 기여한 만큼 대우 받을 수 있는가

그러던 중에 발견한 아티투 공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팀메이트 전원 서울대 출신', '실제 서비스 중', '토스 출신 개발자가 작성한 소스코드 열람 가능 및 멘토링'
우대 사항 일부 (Amplitude 사용 경험)를 제외하고 제가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들과 어떻게 성장할 것 인지를 어필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출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어떤 태도나 습관을 가지는지가 궁금하다고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첫인상 - 면접.. 망한 것 같은데?

서류 합격 이후에도 솔직히 나름 전략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면접 가능 일의 첫 날을 골랐습니다. 임팩트가 없으면 잊혀질 수 있지만, 반대로 임팩트가 있다면 끝까지 기억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첫 면접자라면, 저를 기준으로 다른 지원자들을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사 시간 바로 다음 시간을 골랐습니다.
너무 이른 아침은 저도 제대로 머리를 굴릴 수 없을 것 같고,
면접을 보는 사람도 개인 업무를 미뤄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밥을 먹고 나면, 사소한 실수에 너그러워 질 것 같았습니다.


아티투의 면접은, 약 2시간 조금 넘게 진행되었고 기술 면접 - 컬처 핏 면접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정말로 모두가 데자와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신기했습니다.
인상깊었던 포인트가 좀 많은데 CEO인 덴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 똑같다. 서울대생 별 거 없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달라지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 - 졸업장에 3개의 학과가 적힌 사람이...)

저는 사실 면접이 망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에 너무 오랜만에 개발이야기를 그것도 고민하던 주제를 현업 개발자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너무 딥하게 이야기했다는 점
(A라는 것을 물었는데, A를 포함한 A- ~ AA까지 떠들었었어요..)
이 때문에 간단명료하게 핵심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
면접관이었던 한 팀메이트는 질문이 별로 없었던 점 등 때문이었습니다.

자존감이 조금 낮았던 때라서 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약 일 주일 쯤 후 송신된 오퍼레터를 받고, 시간이 흘러 팀메이트들과 첫 회식에서 합격 소감이나, 경쟁률, 왜 저를 뽑았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1. 기술을 선택하거나 사용할 때 단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것이 좋았다. - BE 담당 팀메이트

2. 기술 면접 때 기술 발전의 히스토리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본인도 좋아한다. - BE 담당 팀메이트
3. 상기 이유 들에서 '덕후' 냄새가 났다. - COO
4. 지원서에서 아티투에 바라는 점, 본인이 부족한 점, 부족한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여할 것인지 잘 묻어나서 좋았다 - 모든 팀메이트


더 많은 이유들을 들었었지만 기억나는 것은 이정도입니다.

기술 면접 직후 약간의 쉬는 시간 때 COO인 겐도와 사담을 나눌 때 기술 면접 난이도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장난처럼 '더 어렵고 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었던 것이 실제로 면접 담당이었던 개발자 팀메이트들에게도 공유됐던 것을 알게되어 당황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장난처럼 '아 그거, 사실 어려웠는데 뒤에 보시는 분들 더 어렵게 보시라고 그렇게 이야기 해봤어요 :)' 라면서 넘기긴 했지만요.

살아남기 시작, 마음가짐?

"날 선택해 줄 줄은 정말 몰랐어.." 상태에서 합격 이후 계약서 작성 때까지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조금 많았습니다.
계약서 서명 이후 당시 비교 대상이었던 타 회사에 비해 연봉이 적은 점을 솔직히 오픈했습니다. (약 천만원 차이났거든요)
그리고, 서비스의 비전에 대해 물었습니다.

단순하게 담당 업무(개발)을 제외하더라도 만든 서비스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성장할 생각이고, 당장 어떤 것을 더 발전시킬 것이고, 현실적인 문제(투자 or 유료화 등등)에 묻고, 대답을 들으면서 선택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지금이나 이 때나 연봉에 대한 제 생각은 같습니다.

받은 것보다 더 하면, 누군가는 가치를 알아줄 것이고 그러다보면 올라갈 것이라고요.

3개월 종료 시점에서 연봉이 올랐고, 거기서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차이났던 연봉보다 더 큰 스톡 옵션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티투의 문화, 팀원으로의 성장

아티투에는 매 주 회의에서 스프린트 진행 상황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하는 문화와 스프린트 종료 후 다 같이 회고하며 KPT를 공유하는 문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대표인 덴지와 1on1으로 아티투와 팀원이 서로 바라는 것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스프린트 관련 회의 때는 서비스 성장 지표 등 팀메이트로서 알면 좋은 정보들이 공유되어 좋았고,
개발자로서는 개발 일정을 공유하고, 이 과정에서 리소스 분배와 팀에게 더 이로운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비즈니스 입장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과 포기해야할 것,

개발자의 입장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과 포기해야할 것 들을 고민하는 시간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on1 때는 저는 깨닫지 못하는 제 모습들을 개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내 시간(업무 시간 제외)를 활용하면, 앞서 적은 포기해야할 것을 가져갈 수 있다면 시간을 더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저의 입장과

반 년 뒤, 일 년 뒤의 제가 혹시 지쳐쓰러지면 그 부담이 팀원들에게 전파될 수 있다.

그렇기에 수면 시간을 늘리기를 바란다는 덴지의 입장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스케줄은 아래와 같습니다.

 

06:00~06:30 | 기상

07:00 ~ 08:30 또는 09:00 | 아침 운동
09:30 | 버스 탑승
11:00 | 근무 시작
20:00 | 근무 종료
20:50 | 버스 탑승
21:30 | 집 도착
22:00 ~ 02:00 또는 03:00 | 개인 활동(개인 공부 같은)


출퇴근 이동 간에는 보통 당시에 해결하고 있던 문제들의 방향성이나 관련 자료를 찾으며 보냈고,

고민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에와서 관련 자료들을 찾거나 코드를 수정하곤 했습니다.

이 후에는 비슷했지만, 하루에 보통 5시간~6시간은 잘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덴지의 배려로 근무 시간을 일부 변경해서 8시간 자는 날도 있었고요!

 

개발자로서의 성장

아티투는 새로운 기능도 많지만, 있던 기능이 변경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서비스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또, 사용 유저분들의 불편 사항에 최대한 즉각 대응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선배님들이나, 또는 누군가가 보기에는 별 거 없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라이브러리 이슈인지 모르고 삽질하다가, 라이브러리의 깃 헙의 이슈 리포트를 통해 버전 이슈라는 것을 알고 버전을 확인했더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버전이어서 간단히 해결되어 허탈함과 안도감을 느낀 적도 있고,

실제로는 제대로 동작되고 있지 않았으나, 여러 원인들 때문에 지금껏 잘 동작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을 발견하여 처음부터 뜯어 고쳐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선 지원하지만, iOS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테스트 환경에서는 너무 잘 동작하다가 라이브 서버에서는 동작하지 않는 아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저의 '안 된다.'라는 한 마디 힌트밖에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 가설을 검증하고 부딪히며 많이 배운 것 같기도 합니다.

개발자로서 해본 것 보다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아 즐거웠고, 배울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설레고 즐겁습니다.

 

좋은 서비스, 그렇지 못한 비즈니스

좋은 문화와 좋은 팀원들, 그리고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이고 투자금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아티투의 팀 곧 해체합니다.

저도 이제 다시 새로운 팀을 찾아야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만 볼 것 같은 스타트업이었고,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하는 회사 생활이었습니다.
많이 배웠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아쉽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팀원을 만나, 더 멋진 개발을 하고 성장할 기회가 생기려고 이러지?'하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마주했던 문제들의 디테일한 내용은 차차 블로그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분들도, 행복한 하루가, 내일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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